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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1/08 18:58:58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인간 vs. 미생물...어차피 인간이 지는 싸움?...
약 20만년 쯤 전 동부 아프리카에서 첫 등장을 한 호모 사피엔스는 그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한 끝에 지구의 지배자라는 위치에 거의 도달해 왔습니다. 지구상 그 어느 누구도 이들을 막을 수 있는 다른 생물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가시 세계에 있어서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나 밀림의 왕이라는 호랑이 역시 인간이 맨몸으로 일대일의 대결을 펼친다면 인간은 그들에게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지금이라도 과천서울대공원에 가보면 누가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지는 자명합니다. 인간들을 가둬놓고 호랑이 사자가 인간들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인간들이 그들을 가둬놓고 구경하고 있는 이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이들 사이의 우열관계는 재론의 여지없이 판가름 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생물들까지 다 포함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인간과 미생물들의 대결은 지금까지 거의 미생물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나 왔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미생물들의 숙주가 되어 속절없이 목숨을 잃었고 인간들은 미생물들에 대한 제대로 된 반격조차도 할 수 없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나마 이런 일방적인 관계에 조금이라도 지렛대를 반대편으로 기울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은 19세기와 20세기 약 두 세기 정도의 기간일 것입니다. 19세기에 백신의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하고 20세기에 항생제가 등장하면서 인간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생물들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한 때 인간들은 단지 수세적인 입장에서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을 "박멸(!)"하겠다는 선제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했고 실제로 천연두의 박멸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세도 잠시였을 뿐...인간은 다시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생물들의 놀라운 능력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들이 빠른 변이와 놀라운 적응능력을 통해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전장은 다시 미생물들의 주도권을 잡도록 재편되고 있습니다.

미생물들은 인간들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을 만큼 빠르게 번식을 하고 그로 인해 돌연변이의 발생빈도와 그 돌연변이들의 형질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게 됩니다. 단순히 조상에서 자손으로만 형질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미생물들끼리 형질을 교환하기도 하고 특정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를 감염시켰을 때 그 바이러스의 유전적인 특징이 박테리아로 전이되기도 하는 등 미생물들은 홍길동 뺨치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인간의 백신과 항생제들을 농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떠한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니 "인간의 살을 파먹는 박테리아"니 하는 것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미생물들 가운데 대표적인 놈 하나가 바로 Staphylococcus aureus (황색포도상구균)라는 놈입니다. 이놈은 원래 인간의 코에 존재하면서 건강한 인간에게는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놈이지만 수술실에서나 중환자실에서는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을 상대로 엄청난 짓을 벌이는 무서운 놈입니다.



황색포도상구균...


이놈들은 침대시트나 공기 중의 먼지에 묻어서 몇 개월씩 생존이 가능하고 병원 직원들에 의해서 의도치 않게 한 환자에서 다른 환자로 전염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놈들은 가장 취약한 계층의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노리는데 그런 환자들의 폐나, 수술 상처, 관을 삽입한 자리 등을 통해서 감염을 일으키고 그 뒤 혈액을 감염시켜서 매우 위험한 패혈증을 일으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악행을 벌인다고 합니다.

이놈들이 항생제에 대항하는 첫 번째 수단은 lactamase라는 효소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 효소는 페니실린 분자를 파괴해 버립니다. 당연히 페니실린으로는 이놈들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자 페니실린이 듣질 않으니 의사들은 메티실린이라는 다른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그러면 황색포도상구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형태의 펩티드 전이효소를 만들어 냅니다. 이 요소는 페니실린과 메티실린이 황색포도상구균과 반응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자 이제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이 등장했습니다. 이제 이놈들은 MRSA (methicillin-resistant Staph. aureus: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의사들은 이제 또 다른 항생제에 의존하고자 합니다. 바로 반코마이신이 그것입니다. 이 반코마이신이라는 항생제는 "최후의 항생제"라고 불리는, 발견 후 근 30여 년 동안 내성균이 발견된 적이 없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2002년 미국에서 이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갖는  VRSA균이 발견되었습니다.



반코마이신


위의 예에서 보듯 미생물들은 환경 적응력에 있어서는 정말 놀라울 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으며 저런 식으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미생물은 MRSA뿐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은 항생제로 잘 치료가 되는 다른 미생물들도 언제 내성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슈퍼박테리아로 재등장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20만년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인간과 미생물들 간의 전쟁은 늘 미생물들이 한두 발 앞서 나가왔으며 한때 인간들이 백신과 항생제에 힘입어 반격의 실마리를 마련한 듯 했지만 다시 전장은 혼란의 안개 속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과연 인간이 눈에 보이는 모든 생물들을 발 앞에 무릎 꿇렸듯이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마저 굴복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미생물들이 늘 인간보다 선수를 치고서 인간들을 계속 위협하는 존재로 남아 있을지...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글은 Dorothy H. Crawford의 책 [Deadly Companions: How Microbes Shaped Our History]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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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
15/01/08 19:06
수정 아이콘
뭐... VRSA 등장 후로 반코마이신처럼 최종병기(..) 스러운 건 아직 없긴 한데, 현재 의료계에서 5년 이내에 반코마이신보다 한 단계 위의 물건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당장 작년과 올해의 가장 기대되는 뉴스로 꼽히기도 했고). 어차피 세균 다 잡는다고 해봐야 감염체는 계속 새로운 것이 대두되고 비중 변화로 인해 임팩트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 확인된 상태라서, 인간과 감염성 질환의 전쟁은 뭐... 끝이 없겠죠.
15/01/08 19:16
수정 아이콘
미드 하우스에서 나온 항생제 같은데 주로 어떤 경우에 투여하나요?
몽키매직
15/01/08 19:22
수정 아이콘
MRSA, MRCNS, 일부 Ampicillin 내성 Enterococcus 등등에 씁니다. Vancomycin 은 좁은 스펙트럼의 항생제에요.
MRSA 는 이제는 너무 흔해지고, Vancomycin 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Vancomycin 에 안들어도 쓸 약들이 아직 몇 가지 더 있어요.
15/01/08 19:30
수정 아이콘
헤에.....흑흑 공부할께요...
몽키매직
15/01/08 19:36
수정 아이콘
어차피 비전문가가 접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어서... 짱짱센 내성감염체가 궁금하시면 NDM-1 이나, carbapenem resistant pseudomonas, E.Coli 혹은 XDR Tb 같은 주제로 검색하시면 좋아하실만한 자료가 많이 나올 겁니다.

이중 우리나라에서 걱정해야 할만한 건 XDR Tb 정도... 이것도 Linezolid 를 항결핵제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한풀 죽긴 했지만...
(광범위내성 결핵입니다. 이거 걸리면 약으로 답이 없는 경우도 꽤 되서 일측성 감염이면 한 쪽 폐를 수술로 제거해야하기도 합니다.)
레지엔
15/01/08 19:39
수정 아이콘
허 이미 답변이 다... 추가로 세팔로스포린 내성 임질도 있습니다. 의외로 보고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 그 외에는 클렙시엘라도 있긴 한데 이건 제가 데이터를 본 적이 없어서...
15/01/08 19:41
수정 아이콘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불타는 구글링중입니다!
크레용팝
15/01/08 19:10
수정 아이콘
aureus 입니다. 오타가 있네요.

그리고 VRSA들어가야 할 자리에 MRSA가 있는 부분도 있어요.
Neandertal
15/01/08 19:36
수정 아이콘
수정했습니다...--;;;
몽키매직
15/01/08 19:14
수정 아이콘
미생물이 한 발 앞서가는것 보다, 의학이 더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보는게...
감염병에 의한 사망은 지속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줄고 있습니다.

싸움에 비유하자면 일반인이 감염병 걱정을 거의 안할 정도로 최전방 전선이 이기고 있는 정도라서...
소독용 에탄올
15/01/08 19:48
수정 아이콘
선진경제국에서라면 그렇긴 한데, 인간 종을 기준으로 보면 '최전방'에선 아직 혼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보야야 할 듯합니다.
깨끗한 물, 공기, 주거, 양호한 영양공급, 휴식 등이 강력한 무기인데 이 무기가 없는 동네들이 ㅠㅠ
몽키매직
15/01/08 19:50
수정 아이콘
근데 통계상으로 꾸준히 감소추세인지라... 점점 위생관념도 확산되는 추세라 과거와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고
전선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밀어붙이고 있는 쪽은 명백히 인간쪽이라 생각합니다.
소독용 에탄올
15/01/08 20:02
수정 아이콘
(자원투자로 인한 조건개선에 따라) 현재까지는 떨어지긴 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어려운 문제입니다.
몽키매직
15/01/08 20:13
수정 아이콘
그런데 그런 내용은 사실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방향과는 조금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내성균과 싸우네 마네 하는 건 사실 이미 위생상태가 좋은 선진국에서의 이야기니까요.
뭐, 어차피 둘 다 인간이 이기고 있는 싸움이라고 보긴 합니다만.
레지엔
15/01/08 19:57
수정 아이콘
진짜 최전방은 세균도 세균이지만 기생충이 일단...
소독용 에탄올
15/01/08 20:04
수정 아이콘
그쪽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름(?) 최전방이 있고, 한국도 '말라리아' 등이 발생하는 국가이기도 할 정도니까요...
Neandertal
15/01/08 20:16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도 말라리아가 발병하나요? 모기가 연중 서식하는 환경은 아닐텐데...--;;;
몽키매직
15/01/08 20:23
수정 아이콘
한국은 말라리아, 결핵 유행지역입니다. 동남아에서 걸리는 사망률 높은 말라리아와는 다른 종이긴 하지만요.
결핵은 정말 흔하고... 말라리아는 대부분 휴전선 부근에서 발병하는 걸 보면 북한의 영향이 크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Neandertal
15/01/08 20:28
수정 아이콘
하긴 제가 영국 들어갈 때 흉부 엑스레이 사진 가지고 들어갔죠. 기분이 좀 그랬는데...우리나라를 어디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하고 동급으로 취급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레지엔
15/01/08 20:31
수정 아이콘
근데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병원 통계따라 좀 다릅니다만 농촌지역-60세 이상 환자 흉부 사진 찍어보면 결핵흔적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더 많기도 합니다. 거기에 요새 젊은 층, 특히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하는 여성 등에서 기관지결핵이나 결핵성 늑막염이 심심찮게 나오는데 또 이 사람들이 다제내성인 경우도 흔해서... 아프리카보다 덜 죽을뿐 돌아다니는 균의 위험성은 그렇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기아트윈스
15/01/08 22:04
수정 아이콘
맞아요. 저도 영국에 티어4 들고 들어갈 때 흉부 엑스레이 사진 가지고 갔지요. 실제 히드로에서 쫓겨난 케이스도 있다고 들어서 벌벌 떨면서 와이프에 애들 것까지 다 들고 갔는데 기분이 묘하더군요 -_-;
azurespace
15/01/08 20:24
수정 아이콘
군부대가 많은 연천 등지에 아주 기승을 하지요.
Neandertal
15/01/08 20:40
수정 아이콘
아프리카에서 발병하는 그런 극악한 놈들은 아니겠죠? 아니길 빌어봅니다...
레지엔
15/01/08 20:41
수정 아이콘
그거보단 약한 놈들입니다.
몽키매직
15/01/08 20:44
수정 아이콘
극악한 놈들(...) 로 불리는게 Plasmodium Falciparum 들이고
우리나라에서 돌아다니는 건 Plasmodium Vivax 입니다.
사망자가 거의 없을 지경인 정도로 약한 놈들입니다.
15/01/08 20:25
수정 아이콘
언젠가 병원에 갔더니 최근에 일산이나 경기도 북부에 간적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왜 그러냐했더니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라고...

작년 기사에 이런 게 있네요.
"경기서북권 말라리아 환자 급증…보건당국 비상 "
http://news1.kr/articles/?1882406
15/01/09 09:56
수정 아이콘
2006년 전역후 딱 1주일 이후 말라리아 발병했습니다. 문산에서 군복무했구요
딱 독감 증상 x5 정도입니다. 발열에 어지러움에 근데 신기한게 한 이틀 죽을듯이 아프다가 다음날이면 괜찮아집니다
그리고 다음날 기절할듯이 아파서 아주대 응급실갔더니 말라리아라고...
그 이후 말라리아 보균자라고 보건소에서 이사갈때도 신고 하라고 하고.. 헌혈도 2년간 못하고
무튼 아프리카 말라리아정도는 아니지만 제인생에 그렇게 아파본것도 처음이었습니다
15/01/08 20:32
수정 아이콘
경기 북부는 말라리아 보균 지역으로 분류되어 헌혈도 못 합니다.
신세계에서
15/01/08 20:34
수정 아이콘
최전방 dmz 부근. 가끔 가다 뉴스에 gop 근무 병사가 걸렸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Locked_In
15/01/08 20:48
수정 아이콘
철원에서 포병이었는데 포대장님이 걸리셨었습니다... 클로로퀸 써서 먹기 싫다고 안먹다가...;;;
레지엔
15/01/08 20:29
수정 아이콘
이제 뱀하고 거미만 늘면 우리도 어엿한 열대국가~(..)
다나까
15/01/09 12:17
수정 아이콘
악어좀... 제 아들이 악어를 그렇게 찾습니다 ㅠㅠ
15/01/08 19:48
수정 아이콘
왠지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태초 생명체 탄생의 비밀과 맞닿아 있을 것 같습니다.
후라이드슈타인
15/01/08 21:56
수정 아이콘
미생물대부분은 유용하겠죠
대립보다는 공생이 서로 생존하기 편하니
그리고 독성미생물도 뭔가 인간에게 이롭거나 유용한면이 있겠죠
하다못해 그쓸모없다던 뱃속의 기생충도
나름 인간에게 유용한면이 있었을정도였으니
Neandertal
15/01/08 22:08
수정 아이콘
사실 본문은 어쩌다 보니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었지만 개인 위생에 대한 인식의 전환, 백신 개발, 항생제 개발 등으로 예전의 위협에서 벗어난 질병들도 많이 있죠...천연두가 대표적이고 소아마비도 이제는 보기 힘들고 콜레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발병한 지가 꽤 되지 않았나요?...사스가 그렇게 위세를 떨 때도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블리츠크랭크
15/01/08 22:10
수정 아이콘
두 종 모두 살아있는한 전쟁의 승패가 정해지지도 끝나지도 않겠죠
세상사에지쳐
15/01/08 22:13
수정 아이콘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나왔던 반코마이신이 저거군요

드라마에서는 좀 독한항생제로 표현되던데 맞나요
ArcanumToss
15/01/08 23:13
수정 아이콘
쟤네의 진화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 가장 좋은 대응이 아닐까 하는데...
소독용 에탄올
15/01/08 23:16
수정 아이콘
항생제 남용을 줄이고 하는 방법의 접근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병가도 좀 쉽게 나오고 하면 덜쓸텐데, 이상한 경제구조가 자리를 잡아놔서 ㅠㅠ
세상의빛
15/01/08 23:17
수정 아이콘
저는 반코마아신 내성 황색포도알균,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보다 녹농균이 더 무서웠습니다 망할 놈의 세균이라고 수차례 욕했죠
15/01/08 23:20
수정 아이콘
제가 테마삼아 연구했던 미생물중에 Acetobater Genus 라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술을 식초로 만들기에 와인 양조장에서는 골칫거리고, 식초를 제조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중요한 녀석인데요 pH 3.0 이하에서도 너끈히 살아남고, 일반적인 병원균은 다 죽어나가는 알코올 12% 정도의 농도에서도 니까짓게 술밖에 더되냐 하는 식으로 웃으면서 번식하는 극한 미생물입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사하라 사막을 걸어서 횡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보통 이 정도의 극한 미생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Acetobacter Genus 들은 꽃봉오리 속의 꿀에서 많이 자라는 녀석이다보니 도처에 널렸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딸깍딸깎 클릭하는 마우스 버튼 위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녀석입니다.

이녀석이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DNA가 아주 쉽게 바뀌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녀석들이 못 살만한 환경에서 한 160시간 정도 계대배양 하다보면 특이한 특성을 가진 균주가 다량 출현해서 환경에 적응해 버립니다. 다행이 Acetobacter Genus에는 병원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거의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데, 어느 날 독성 성분을 발생시키는 균종이 출현하고 이것이 자연계에서 우점종을 차지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피클이나 단무지, 케첩 등의 음식을 더이상 마음놓고 먹을 수 없게 되겠지요. 그런데 다행이도 아직 그러한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Acetobacter 에게 호혜적인 환경이 주어지면 변종들의 수는 줄어들고 다시 자연계에 흔히 분포하는 일반적인 녀석들이 자라나게 됩니다. Acetobacter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유산균의 경우에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많이 나오는데 말이죠.

식중독균인 Bacillus cereus 는 자연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미생물인데, 이녀석의 독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녀석들이 번식하면 밥에서 쉰내가 난다던가, 두부에서 썩은 냄새가 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전에 위험을 회피하게 만들어 주죠. 반면 자연계 최고의 맹독성 물질인 Botulinum toxin 을 만드는 Clostiridium botulinum 같은 경우엔 산소가 있으면 전혀 자라지 못하는 녀석이라 살균이 잘 안된 통조림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면 자라지 못합니다. 오염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구요.

자연계에 이렇게 미생물과 다세포 생물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도록 맞춰져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따지고보면 적응 진화의 결과이긴 하지만요. 만약 Clostridium botulinum이 Bacillus cereus 처럼 번식할 수 있다면 극지방과 겨울을 맞이한 지역을 제외한 곳에 살고있는 인류는 멸종당할 겁니다. 대신 Botulinum toxin 에 내성을 가진 생명체들이 몇만년 후에 나타나서 지구를 지배하게 되겠죠.
Neandertal
15/01/08 23:39
수정 아이콘
역시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은 미생물의 자비에 달린 것으로...--;;;
호구미
15/01/08 23:35
수정 아이콘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아 이 미생물이 아니었구나..
15/01/09 19:43
수정 아이콘
앞뒤가 안마짜나!
가브리엘대천사
15/01/09 00:57
수정 아이콘
수십억년 전부터 시작된 미생물의 역사에서 보면 그들에게는 인간이 듣보잡이겠지요. ^^ 대장균 같은 경우 조건만 받쳐준다면 48시간만에 지구를 뒤엎을 정도로 자라니... 사실 인간도 완전한 인간의 세포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미생물과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하지요. 우리 몸의 1 kg 정도는 미생물이고... 대부분의 무해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저 MRSA 처럼 유해해져 버리면 인간은 '순삭' 되어서 '박멸' 될 지도 모르는 일.....;; 미생물들이 오랫동안 인간에게 우호적이길 바라야겠습니다. ^^;;
15/01/09 04:09
수정 아이콘
미생물쪽에서도 '아놔 징한 놈들 또 약을 만드네?' 라고 싫어할 듯요. 서로 진상이죠 이건...
켈로그김
15/01/09 08:59
수정 아이콘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탱키한 진균류가 딜이 안나온다는거..
apich syndrome 같은 것도 나름 골치아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15/01/09 09:46
수정 아이콘
영화 우주전쟁에서도 미생물느님들이 외계인들 올킬 하셔서 인류가 살아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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